노벨토익

키친 히트

지니어스 · 주방 로맨스 · 토익 500~700점대 추천 · 전 24화

비자가 끝나기까지 여덟 달. 그 서류를 써 줄 사람은 이 주방에 한 명뿐이다.

전체 회차

  1. 1화 Don't break my rule — 서명란은 비어 있었다. 한결은 볼펜을 쥔 채 4번 조항을 세 번째로 읽었다. *Clause 4. Employees are strictly prohibited from engaging in personal relationships within the kitchen pr…
  2. 2화 불과 칼의 선 — 오후 6시. 프린터가 종이를 뱉기 시작했다. 한 장, 두 장, 다섯 장. 티켓이 끊기지 않고 흘러나왔다. AURA의 저녁은 예열 없이 곧장 최고 온도로 올라갔다. "Order in! Table four, one eye fillet, medium. Two pasta."…
  3. 3화 스파크와 경계선 — 오후 2시 30분. 브레이크 타임을 앞둔 주방은 서서히 열기가 가라앉고 있었다. 한결은 저녁 영업에 쓸 미장플라스를 정리하며 도마를 닦아내는 중이었다. 레드와인 소스를 전담한 지 나흘째. 아직은 아무 문제도 없었다. 딸랑— 주방과 홀을 잇는 스윙 도어가 가볍게 열렸다…
  4. 4화 마감 후의 정적 — "내일부터 사흘간 시드니 본사 통합 오디트다." 마감 20분 전. 다니엘의 한마디에 주방의 소음이 한꺼번에 죽었다. 닦던 손, 접던 행주, 옮기던 컨테이너가 전부 멈췄다. 한결은 그 정적의 밀도로 이게 어떤 종류의 공지인지 짐작했다. "위생, 동선, 온도 기록, 식자…
  5. 5화 서늘한 불꽃 — 오디트 1일차. 낮은 무사히 지나갔다. 주방은 하루 종일 평소의 두 배 속도로 돌았고 아무도 실수하지 않았다. 마감 정리에 들어갈 무렵에는 다들 말수가 줄어 있었다. 긴장이 풀린 게 아니라 아직 이틀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한결은 홀 측면 와인 바에서 내일 페어링에…
  6. 6화 균열의 높이 — 한결은 그날 밤 세 시간을 못 잤다. 침대에 누워서 그가 한 일은 증거를 세는 것이었다. 요리를 배울 때부터 그랬다. 소스가 이상하면 순서를 되짚는다. 어디서 틀어졌는지 나올 때까지. 호감 쪽 증거. 손등을 스쳤다. 세 걸음 자리에서 한 걸음으로 왔다. 리암을 갈라놓…
  7. 7화 완벽이라는 온도 — 오전 11시. 오디트 3일차. 흰 장갑을 낀 손이 한결의 작업대 위 라벨을 짚었다. 맥켄지였다. 시드니 본사 수석 감사관. 6년째 같은 자리에 있고, 6년 동안 등급을 후하게 준 적이 없다는 사람. "온도 기록표. 소스 보관 컨테이너 중심 온도가 비어 있는데." 빠르…
  8. 8화 불꽃의 궤적 — 오디트 3일차. 오후 1시 30분. 런치 피크가 정점에 있었다. 프린터가 티켓을 뱉고, 팬이 비명을 지르고, 일곱 개의 목소리가 겹쳤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체크리스트를 든 맥켄지가 서 있었다. "Table four, one wagyu, medium well. Tw…
  9. 9화 언어의 가면 — 2층 복도 끝. 헤드 셰프 오피스. 문이 닫히자 아래층의 환호성이 벽 하나 너머로 멀어졌다. 방음이 잘된 방이었다. 원목 책상 위에 서류가 놓여 있었다. 다니엘은 책상에 반쯤 기대선 채 펜을 내밀었다. "세 장. 하단 서명란." 한결이 서류를 넘겼다. 3일차 기록.…
  10. 10화 가면 뒤의 온도 — 말을 고르던 다니엘이, 고르기를 그만뒀다. "처음엔 그냥 재미있었어." 한국어였다. 이제 그는 언어를 바꾸지 않았다. "신입이 등 뒤에서 욕을 하는데 자기는 안 들킨 줄 알아. 그거 웃기잖아." "……웃겼어요?" "응. 2주쯤." "2주 다음엔요." 다니엘이 그를 봤…
  11. 11화 혀 끝에 남은 온도 — 읍……. 한결의 짧은 신음이 다니엘의 입술 사이로 삼켜졌다. 단순히 입술을 겹치는 수준이 아니었다. 깊고 집요한 침입이 한결의 숨통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다니엘의 긴 손가락이 한결의 목덜미를 깊게 파고들며 고개를 끌어당겼다. 단단한 체구가 한결을 문짝으로 완벽하게 밀…
  12. 12화 문 너머의 소음 — "한결이 안에 있지? 문 잠겼네?" 달칵, 달칵. 리암이 문손잡이를 두어 번 흔드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바로 귓가에서 울리는 금속 마찰음에 한결의 몸이 굳었다. 다니엘의 단단한 가슴에 밀착된 채, 한결은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하고 그의 눈치만 살폈다. 다니엘은 여…
  13. 13화 닫힌 문의 무게 — "나랑 있어, 한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오피스 안의 공기를 내리눌렀다. 명령이자 통보였다. 한결은 붉어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회식 자리를 주도하는 헤드 셰프가 스태프 한 명을 붙잡아 두겠다는 건 명백한 반칙이었다. "스태프 다 같이 모이는 자리예요. 헤드…
  14. 14화 위험한 30분 — 지하 펍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맥주 피처와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사흘 동안 아무도 큰 소리를 못 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들고 있었다. "우리 한 왔어! 이쪽으로 와서 앉아!" 리암이 벌개진 얼굴로 한결의 팔을 끌어당겨 제…
  15. 15화 밀폐된 온기 — 달칵. 2층 복도 끝. 오피스 문이 조용히 열렸다가 무겁게 닫혔다. 한결은 숨을 고르며 책상 앞에 섰다. 30분을 칼같이 지켜 올라왔는데, 심장은 아까 펍에 있을 때보다 더 시끄러웠다. 펍에서 들은 이야기가 목 안쪽에 걸려 있었다. "약속 시간은 칼같이 지키네." 등…
  16. 16화 비자 만료 D-30 — 비밀스러운 연애가 궤도에 오른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AURA의 주방은 여전히 다니엘의 철저한 통제 아래 돌아갔다. 그 중심에서 한결은 소스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주방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마감 후, 텅 빈 스태프룸. 한결은 가방에서 구겨진 서류 봉투 하나…
  17. 17화 서명하지 않은 서류 — 다음 날 밤, 마감이 끝난 시각. 다니엘이 한결을 오피스로 불렀다. 원목 책상 위에는 평소 보던 레시피나 리포트가 아니라 두툼한 서류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게 뭐예요?" "열어 봐." 한결이 봉투를 열어 속장을 꺼냈다. 첫 장을 넘긴 순간 눈이 크게 벌어졌다…
  18. 18화 화려한 불청객 — 나흘이 지났다. 서류는 여전히 오피스 책상 위에 있었다. 서명란은 비어 있었고, 다니엘은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주방은 평소대로 돌아갔다. Order in, Heard, Behind. 다니엘은 여전히 정확했고 한결의 소스는 여전히 나갔다. 아무도 두 사람 사이에…
  19. 19화 도마 위의 질투 — 클로이가 본사 소식을 전하며 다니엘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오픈 키친 안의 모든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도각! 도각— 도각—! 소스 파트 작업대에서 살벌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한결의 손에 들린 셰프 나이프가 도마 위를 무자비하게…
  20. 20화 오퍼 — 비자 만료 D-22. 한결은 사흘을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클로이는 두 번째 신호에 받았다. "올 줄 알았어." 만난 곳은 매장에서 세 블록 떨어진 카페였다. 클로이는 창가에 앉아 이미 커피 두 잔을 시켜 놓고 있었다. 한 잔은 블랙, 설탕 없음. 한결이 잔을 보…
  21. 21화 규칙의 기원 — "그럼 이제 그 얘기 해 주실래요?" 다니엘이 한결을 봤다. "……앉아." 한결이 문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책상 앞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다니엘은 바로 말하지 않았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어 뭔가를 뒤적이다가, 결국 아무것도 꺼내지 않고 다시 닫았다. "뭘 찾으세요…
  22. 22화 서한결의 접시 — 목요일 새벽 5시 40분. 멜버른 툴라마린 공항의 게이트는 조용했다. 한결은 백팩 하나와 칼가방 하나를 들고 있었다. 칼가방은 5년째 쓰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첫 월급으로 산 뒤로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야 해요.* 자기가 한 말이었다. 그런…
  23. 23화 도장 — 금요일 밤, 마감 뒤 오피스. 한결이 서류철을 책상 위에 올렸다. 다니엘은 그걸 열어 보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까지 답 줘야 해요." "그래." "……" "한결." 다니엘이 의자를 돌려 그를 정면으로 봤다. "내가 뭘 하면 좋겠어." 한결이 눈을 들었다. 지난 열…
  24. 24화 에필로그 — 완벽한 궤도 — 디너 서비스의 피크 타임이 지나가고, AURA 멜버른의 홀은 은은한 클래식 음악과 와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로 채워졌다. 오픈 키친 안의 풍경은 2년 전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소스 파트와 메인 스테이션을 완벽하게 장악한 서한결은 더 이상 불안해하거나 주…